昨過永明寺(작과영명사) 어제 영명사를 지나다가
暫登浮碧樓(잠등부벽루) 잠시 부벽루에 오르니
城空一片月(성공일편월) 성은 비어 있고 하늘엔 조각달
石老雲千秋(석노운천추) 돌은 오래 묵고 구름은 천년을 떠도네
麟馬去不返(인마거불반) 기린마(동명왕이 타던 말)는 한 번 떠나 돌아오지 않고
天孫何處遊(천손하처유) 천손(天孫, 동명왕)은 지금 어느 곳에 노니는가
長嘯倚風磴(장소의풍등) 길게 휘파람 불며 바람 부는 비탈에 서니
山靑江自流(산청강자류) 산은 푸르고 강물은 절로 흐르네
김시습의 《금오신화》 '취유부벽정기'에서는 영명사가 동명왕의 구제궁(九梯宮)이라고 소개했는데, 그 이름의 뜻은 사다리 9개를 이은 것과 건물의 크기가 같다는 말이다. 옆에는 기린굴(麒麟窟)이 있는데, 평양 지역의 전승에 따르면 천손(天孫) 동명왕이 이 동굴에서 기린을 길렀으며, 죽을 때에는 기린을 타고 조천석(朝天石)을 밟고 하늘로 올라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전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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